개요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일하며 어느새 2024년을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정신없이 달려온 2024년을 되돌아보며, 나는 무엇을 했는지, 어떤 것을 느꼈는지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또 시기적절하게 얼마 전 1년 차가 된 저의 감상도 한 스푼 더해보겠습니다.
프론트엔드 개발자가 되기까지
살짝 TMI가 될 수도 있지만 🤭 1년 차가 된 지금, 다시 한번 개발자가 되기 위한 과정을 떠올리며 되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디 기록하지 않아 잊어버릴까 봐요.
저는 패션디자인을 전공했습니다. 아주 어릴 때부터 저는 무조건 패션이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했죠. 그러나 대학을 다니면서 실제 배우는 것에 괴리감을 많이 느꼈습니다. 진정으로 내가 이런 것을 배우고 하고 싶은 게 맞을까 하는 고민이 많아지다 보니 자연스레 하고 싶은 것과 멀어지고, 휴학을 길게 하며 방황 아닌 방황을 하게 되었습니다.
배움에 대한 갈증이 생겨 마음을 다잡고 학교에 다니기로 결심했습니다. 하지만, 복학과 동시에 코로나가 터졌고 거의 학교를 다니지 못하고 졸업하게 되었습니다. 이 시기의 수업은 제가 원했던 실습 위주가 아닌 이론 위주의 수업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그러던 중 패션과 AI를 융합한 전공을 수강하였는데, 이 수업을 통해 저는 새로운 세상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원하는 것을 화면에 표현할 수 있다는 세상이 존재한다니, 너무나 매료되었습니다. 그 세상을 알게 된 저는 이런저런 영상을 보며 따라 했었습니다. 그러던 중 학교에서 진행하는 현장실습 프로그램을 통해 패션과 AI를 융합한 회사에 인턴으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실무의 세계에서 개발 공부에 관한 조언도 얻고 이력을 쌓고 싶은 마음이 강했습니다. 패션과 관련된 직무를 수행하며, 지속적으로 저의 개발에 관한 관심을 보여주려 노력했습니다. 개발자분들과 대화를 나누거나 배우고 싶다는 의지를 표현했던 것이 긍정적으로 평가되어, 개발자로 전향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막상 직무가 변경되니 개발이 어렵게만 느껴졌습니다. 어쩌면 준비가 덜 된 것의 반증이었겠지요. 그러다 보니 스스로 좌절감에 빠지기도 했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함을 품게 되었습니다.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도 모르는 상태에 자주 빠졌습니다. 한 선임 개발자분이 자신도 개발을 처음 시작할 때 "난 바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하셨다며 처음은 다 어려운 것이라고 저를 위로해 주셨습니다. 그래도 간단한 유지 보수 일을 맡으며,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고 이를 계기로 새로운 프로젝트에 투입되어 성과를 내게 되었습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공부한 것을 바로바로 적용하여 문제를 해결하며 저는 그 지식이 제 것이 되었다는 착각을 했습니다. 프로젝트가 끝나고 돌아보니 머릿속에 남는 게 없었습니다. 기초를 알지 못하는 시점에 빠르게 결과물을 내려고 했던 것이 문제였습니다. 무언가 머릿속에 집어넣고 있었지만, 그것이 제 것이 아니었던 것이죠. 어쩌면 제 지식의 독은 밑이 빠진 게 아니었을까 싶었습니다. 시간은 지났지만 스스로 정체된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또 프로젝트가 종료된 후 저에게 이렇다 할 역할과 책임이 주어지지 않았고, 목적 없는 개발 공부를 하며 회사 내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자연스레 내가 더 성장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갖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런 교착 상태를 싫어합니다. 그래서 결단을 내리기로 다짐했습니다.
패션과 개발 사이에 결정이 필요했습니다. 그 결정을 내리기 위해 우선 내가 왜 개발자가 되고 싶은가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답은 명쾌했습니다. 저는 직접 손으로 무언가를 창작하는 행위와 꾸준히 새로운 지식을 학습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또 좋아하는 분야에 관해서 깊게 디깅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개발이라는 분야는 내가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을 발휘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두려움은 존재했습니다. 내가 정말 예전부터 원하던 패션이라는 분야를 놓고 아예 새로운 분야로 도전하는 것이 맞는가에 관해 저울질을 했습니다. 당시엔 개발 그 자체가 즐겁고 저의 잠재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정말로 개발자가 되기로 결정했습니다. 현시점에도 이 선택에 후회는 없습니다.
결정을 내린 후에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저의 선택은 교육 기관 부트캠프에 등록하는 것이었습니다. 백지상태였던 저는 부트캠프를 통해 개발자로서의 기본기를 다지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7개월 과정의 부트캠프를 수료하게 되었습니다. 프론트엔드 개발자에 필요한 역량을 습득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동료들과 협업 능력을 키웠습니다. 동료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성장에 가속도가 붙었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혼자 공부할 때는 느끼지 못했던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과정 속에서 하드 스킬뿐 아니라, 소통에 필요한 소프트 스킬을 많이 배웠습니다. 다른 직무의 수강생들과 대화하며, 그들의 관점을 알 수 있었습니다. 또 팀장을 맡으며, 다른 팀원들을 이끌기 위해 스스로 더 공부하였고 알게 된 지식들을 팀원들에게 공유하고 알려주며 때로는 멘토의 역할도 자처했습니다. 프로젝트 기반의 학습을 통해 하나의 완성된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정말 어렵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선배 개발자들이 존경스러웠습니다.
부트캠프를 수료하고 취업 시장에 뛰어든 저는 학생 신분으로 배우던 시절이 얼마나 좋았는지 뼈저리게 느꼈고, 이때 잠시 회사를 퇴사한 것을 후회했을지도 모릅니다. 부트캠프뿐만 아니라 다른 과정들로 나름대로 이력서를 채웠지만, 신입으로서의 벽은 여전히 높았습니다. 개발자가 되겠다는 확고한 결심이 있었기에, 쉽게 포기하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했고 수많은 탈락 통보에 마음이 흔들리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저의 결정을 떠올렸습니다. 탈락했을 때 좌절보다는 부족한 것을 채우는 데 집중했고, 이 과정에서 제가 직접 만든 개발 블로그와 작성한 글들이 제법 큰 공을 세웠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노력이 결실을 맺어 프론트엔드 개발자로서 여정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랬던 제가 어느새 1년 차 프론트엔드 개발자가 되었고 그것에 관한 회고를 쓰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글을 풀어가면 좋을까 고민 끝에 2024년 반기별 저의 업무와 개인적인 활동을 정리해 보기로 했습니다.
상반기에 나는 무엇을 했는가?
작년 11월에 입사 후 간단한 업무를 처리하며 팀에 적응하는 온보딩 기간을 가졌습니다. 2024년 상반기부터 여러 도메인을 맡으며 실제 서비스에 기여하는 비중이 높아졌습니다.
제가 상반기에 맡은 업무는 다음과 같습니다:
실제 서비스에 제 코드가 반영되어 서비스에 기여하는 것이 정말 뿌듯했습니다. 이 시기에 저는 전체적인 서비스의 흐름을 이해하고, 각 도메인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짧은 시간에 여러 도메인을 처리하며 컨텍스트 스위칭이 빈번하게 일어나 방향을 잃고 헤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이고 기민하게 작업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개발이라는 것이 기술적 적용뿐만 아니라 서비스에 대한 이해와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하반기에 나는 무엇을 했는가?
하반기 콜로소 서비스 기여도를 정량적으로 분석해 보았습니다. 총 117건의 PR을 생성하여 111건이 병합되었고, 351개의 커밋을 통해 16,101줄의 코드를 프로덕트에 기여했습니다. 실제 서비스에 제가 작성한 코드가 적용되어 많은 사용자들에게 가치를 전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보람과 책임감을 느꼈습니다.
제가 담당한 업무는 다음과 같습니다:
- 이벤트페이지 큐레이션 도입
- 마케팅 툴 도입
- 젠콘 랜딩페이지 개발
- 강의장 Tailwind CSS 도입
- 회원 추가 정보 입력 도입
- 프로젝트 클린업
- 탠스택 쿼리 자동 쿼리 무효화 도입 / 캐시 전략 수립
- 아이콘 워크스페이스 전환
상반기와 비교해 보면 독립적으로 기능을 맡아 처음부터 끝까지 완성하는 작업이 증가했습니다.
이벤트 페이지 카탈로그 작업이 가장 인상 깊었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이벤트 페이지의 제작과 유지 보수, 디자인 리소스에 들어가는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깨달음을 얻었는데, 서비스의 최종 사용자 경험도 중요하지만 사내 백오피스 시스템을 개선하여 내부 구성원들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 역시 중요한 개발 과제라는 점이었습니다. 입사 이후 가장 큰 규모의 프로젝트였기에, 보다 체계적인 설계를 위해 스스로 개발 원칙을 수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체계적인 개발을 진행하려 노력했습니다. 기획서를 더 꼼꼼히 분석하고 각 단계별 시간 배분을 더 효율적으로 했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그 이후 회원 추가 정보 도입 기능을 개발하면서, 카탈로그 작업에서 겪었던 문제점들을 개선하고자 했습니다. 특히 기획서를 혼자 읽고 분석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닫고, 기획자와의 적극적인 소통을 시도했습니다. 의문점이나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들을 직접 소통하며 해결하니 기획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훨씬 수월해졌습니다. 또한 맡은 기능에 대한 테크 스펙을 작성하면서 기능 도입의 배경, 목표, 계획 등을 문서화했고, 이를 통해 기획 내용을 더욱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개선 노력 덕분에 개발 과정에서 시간적 압박감을 훨씬 덜 느끼게 되었고, 여유가 생기면서 단순한 기능 추가를 넘어 기존 코드의 개선 작업까지 병행할 수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전반적인 개발 생산성이 크게 향상되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연말에 프로젝트 클린업을 진행하면서 당초 계획했던 목표를 완벽히 달성하지 못한 작업들이 있었습니다. 비록 기대했던 결과물을 모두 만들어내지는 못했지만, 기술적인 한계를 직면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과정, 예상치 못한 문제 상황에서의 대처 경험, 그리고 실패를 통해 배운 교훈들이 앞으로의 프로젝트에 있어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완벽한 결과물을 만들어내지 못하더라도, 그 과정에서의 학습과 성장이 더 값진 경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특히 직면한 문제와 해결 방법을 기록으로 남기는 작업이 추후 비슷한 상황에서 매우 유용한 자산이 된다는 것을 체감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부트캠프의 2기수의 멘토링을 진행하며, 단기적으로 누군가의 멘토가 되고 싶었던 저의 꿈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처음 멘토링을 진행할 때는 정말 막막했지만, 사람은 역시 적응의 동물이라는 말이 와닿았습니다. 멘토링을 진행하며, 멘티와의 소통을 통해 제가 알고 있는 지식을 다시 한번 되짚어보고, 더 깊게 이해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단순히 혼자 성장하는 것보다 역시 다른 사람과 함께 성장하는 것이 더 큰 가치를 가진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멘티들의 성장과 발전을 지켜보며, 제가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이 정말 뿌듯했습니다.
멘토링을 진행하며, 티비에 나와 사회를 진행하는 유재석과 같은 분들에 경외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저는 한 시간만 말해도 기가 다 빠졌는데, 그분들은 하루 종일 말하고 계시니..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25년에 나는
2024년을 마무리하며 뒤돌아보니, 시간이 물 흐르듯 지나갔습니다. 시간이 왜 이리 빠른지.. 그동안 많은 경험과 배움이 있었지만, 제대로 기록하지 못한 것들이 많았습니다. 이런 아쉬움들은 2024년에 묻어두고, 2025년에는 만족감으로 바꾸고 싶습니다.
업무에서 수동적으로 주어진 일만 처리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 서비스에 필요한 개선점을 찾아내고 이를 해결하는 개발자가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올해 안에 통장에 10원이라도 입금될 수 있는 서비스를 하나 만드는 아주 소박한 목표를 세웠습니다. 💸
또 새로운 세상을 접하기 위해, 언어를 배우고 언어 자격증을 따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
살짝 늦은 회고를 마치며, 2025년에는 나 자신 스스로가 만족할 수 있는 한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